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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철학으로 조명하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성

by me-kang 2025. 3. 26.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의 보리들 사진

 

인공지능이 점차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대체해 가는 시대에 우리는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됩니다. 고대 중국 철학자 장자는 수천 년 전, 인간의 본성과 자연스러움, 자유로운 자아에 대해 깊은 통찰을 남겼습니다. 장자의 '무위자연', '소요유', '호접몽' 같은 사상은 기술로 인해 과도하게 규정되고 통제된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AI 시대에도 지켜야 할 인간의 중심 가치와 자율성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은 누구인가?

21세기 들어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사람처럼 말하고, 판단하며, 심지어 창작까지 가능한 AI는 이제 일상의 곳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진단을 돕고, 학교에서는 학생의 학습을 분석하며, 기업에서는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등 인간의 많은 역할이 기술에 의해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효율성과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바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일부 기능을 넘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점차 인간의 사고와 감정, 선택의 권한마저 기술에 의존하게 될 때, 인간으로서의 자율성과 고유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기술의 시대에서 더욱 중요한 인간 본성의 기준, 존재의 가치를 재정립할 철학이 필요합니다. 장자의 사상은 바로 그 지점을 성찰하게 합니다. 장자는 인간이 사회적 규범과 관습,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본성에 따라 자유롭게 존재하는 삶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지금의 기술 중심 사회가 잊기 쉬운 인간성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 글에서는 장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AI 시대에 인간성이 어떤 방식으로 도전받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기술 발전과 인간 정체성의 위기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정량화하고 모방합니다. AI는 사람보다 더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일정한 규칙 속에서는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개개인은 더 강한 경쟁 압박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기계보다 더 유능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리며, 인간 고유의 특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장자는 인간이 세상의 기준에 의해 평가받고 경쟁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장자』의 ‘소요유’ 편에서 그는 “물이 맑고 흐르면 낚시를 하지만, 물이 깊고 잔잔하면 거기서 마음을 쉬게 하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외부 기준에 맞추는 삶보다, 자기 본성을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인공지능이 정해주는 규칙이나 데이터가 아닌, 스스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자율성이야말로 인간성의 핵심입니다.

또한 장자는 인간과 자연, 타인과의 구분을 허물며, 존재 전체의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효율성과 기능적 분업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고립되고 파편화되는 현상과 대조적입니다. AI는 계산하고 분류하지만, 장자는 경계 없는 삶, 즉 도(道)와 함께 유동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기술이 규정하는 인간이 아닌, 삶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는 존재로서의 인간성 회복입니다.

‘호접몽’은 AI 시대에 더욱 의미 있는 우화입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된 장자는 “내가 장자인가, 나비인가”를 고민합니다. 이는 ‘내가 인간인가, 기술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인가’라는 현대적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SNS, 알고리즘 추천, 빅데이터 기반의 소비 패턴 분석은 우리를 점점 더 ‘타자화된 자아’로 만들고 있습니다. 장자의 사상은 이로부터 벗어나, 자아의 유동성과 비고정성, 그리고 진정한 자율성에 눈뜨게 합니다.

AI 시대, 장자가 남긴 인간성의 철학

장자 철학의 중심에는 ‘무위자연’과 ‘소요유’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위자연은 인위적 개입이나 조작이 아닌, 삶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이는 기술이 우리 삶을 지나치게 규격화하고 자동화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인간적 태도입니다.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내면의 감각과 직관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소요유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니는 삶’을 뜻합니다. AI의 등장으로 인간은 점점 더 많은 선택과 판단을 위임하게 되었고, 편리함 속에 인간 본연의 고유한 감정, 불확실성, 실수의 여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와 달리 실수하고 망설이며,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장자는 이러한 유연성과 모호함을 존중하며,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시대의 인간성은 기능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적 태도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장자의 사상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묻고, 기술이 제공하지 못하는 내면의 자유와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장자는 진정한 자유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무한한 해체와 수용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장자의 철학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재정립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의 공존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금 내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장자의 철학은 그러한 길잡이로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고전적 지혜일 것입니다.